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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인사이드아웃2: 애니메이션을 통해 나를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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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아웃1을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 않았는데, 이번 인사이드아웃2는 왠지 모르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남편이랑 같이 영화를 보러 갔고, 처음에는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며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화가 나고 
쪽팔리고 민망했던 부정적인 경험.
애써 잊으려고 했던 그런 경험들이
나에게 '경험치'가 되고 있었다니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JOY가 부정적인 기억들을 아주 먼 곳으로 날리는 장면이다. 부끄럽고 기억하기 싫었던 기억들을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날려 보내고, 긍정적인 기억들만 남긴다. 하지만 결국엔 그런 부정적인 기억들의 구슬 물결(?)을 타고 감정들이 본부로 돌아오게 된다. 잊고만 지냈던 부정적인 기억들이 또 다른 가치관들을 형성하게 되며, 긍정적인 기억과 부정적인 기억들이 모두 상호작용 하여 라일리의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애써 잊고 싶은 기억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고, 후회되는 일들을 곱씹으며 "왜 그랬지?"라며 자책하곤 했다. 이러한 모든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 나의 가치관을 만들고 나의 자아를 형성했다는 것을 망각하고 지냈다. 거지 같고 쪽팔리고, 잊고 싶은 경험들이 또 다른 배움이 되었고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부정했다. 범법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문제 되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지만 왜 그렇게 저런 기억들을 회피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경험들이 나에게 일종의 '경험치'를 쌓게 해 준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같다. 

 

 

 

 

 

 

 

Ennui,
따분함? 권태감? 시크함?

구구절절 설명 안 해도 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이 캠프는 어땠냐는 질문에 라일리는 있었던 일들을 다 말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따분이가 등장해서 "음,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나는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나 또한 친구들,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말할 때 솔직해야 한다는 것, 구구절절 상황까지 다 설명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압이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냥 말을 아끼고 하지 않으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상황설명부터 하고 있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아주 친한 배우자, 가족, 친구 포함)에게 무조건 다 말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에 괜히 혼자 위로를 받은 것 같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Deep dark secret'은 있다.

먼저 나오지 않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

 

 

 

라일리 마음 깊은 곳에 있고 영화가 끝낼 때까지도 감옥에서 나오지 못했던 'Deep dark secret'이 인상깊었다. 나는 배우자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비밀이나 숨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deep dark secret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친애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그런 게 없길 바라고, 나 또한  나에게 있는 deep dark secret을 공유하려고 혼자 고민하곤 한다. 사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이 부분을 알리게 되면 오히려 상황이나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deep dark secret이 스스로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불안하면 어떠한 것도 나를 통제할 수 없다.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Anxiety가 엄청난 불안에 휩싸였을 때, 다른 감정들이 다가갈 수 없는 상태였다. Joy가 용기내서 다가갔고 조심스레 설득하며 Anxiery는 스스로 조이스틱(?)에서 손을 뗀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극도의 불안한 상태에 있으면 그 누구도 나의 불안을 멈춰줄 수 없다. 하지만, 옆에서 주는 작은 도움으로 내 스스로가 불안에서 벗어날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극도의 불안 상태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항상 내 컨디션, 기분을 살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인사이드아웃2를 보고 휴대폰 잠금 화면을 바꿨다. 어떠한 감정이 들 때, 감정 자체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이 감정이 왜 드는지,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이 조종을 하고 있는지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찰하기 위함이다. MBTI 'ST'로서 이러한 상상을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인사이드아웃2를 보고 나니 캐릭터들이 생각나면서 내 감정이 무엇인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보는 상상을 비교적 쉽게 하게 됐다. 잔잔한 위로를 받으며, 내가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인사이드아웃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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